미래의 나를 위한 디자인
콜럼 로우 Colum Lowe
영국왕립예술학교 디자인 에이지 인스티튜트 디렉터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제공 Design Age Institute
콜럼 로우Colum Lowe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자의 행복을 실현할 실용적이고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고민한다. 현재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s 디자인 에이지 인스티튜트Design Age Institute의 디렉터이자, 과거 영국 법무부, 국가보건의료서비스, 영국 디자인 카운슬 등 공공기관과 영국 최대 마트 체인 중 하나인 세인즈버리Sainsbury의 디자인 책임자를 역임했다.
콜럼 로우 ⓒDesign Age Institute
‘미래의 나를 위한 디자인Designing for your future self’이라는 문구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헬렌 햄린 디자인 센터의 창립자인 로저 콜먼Roger Coleman과 제레미 마이어슨Jeremy Myerson이 약 30년 전에 이 표현을 처음 사용했어요. 다른 사람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좀 더 이기적으로 디자인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객에게만 향하던 관점의 방향을 디자이너 스스로에게 살짝 돌려본 거죠. ‘남이 쓰기에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생기지만, 무엇이든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고령자를 위해 디자인한다고 해도 내가 직접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디자인이어야 합니다. 나이가 더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자는 뜻이기도 해요. 그때 가서 고민하기에는 너무 늦기 때문이죠.
디자인 에이지 인스티튜트 에서 디지털 접근성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진행되고 있나요?
인터넷 뱅킹 접근성과 금융 사기 예방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에요. 영국의 디지털 전문은행인 챌린저 뱅크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고령의 사용자들이 디지털 금융 사기가 두려워서 챌린저 뱅크를 주 거래은행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디지털 은행에 돈을 넣으면 어느 날 모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어요. 디지털 금융서비스는 안전한데, 문제는 은행이 아니라 인터페이스인 거죠.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안전 장치와 직관적인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Design Age Institute
고령자와 관련된 근본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언론에서 말하는 노화의 정의는 보통 생리학적인 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나이듦을 그저 세포가 쇠퇴하는 일로만 묘사하는 경우가 많죠. 신체적인 능력에만 집중하다 보면 결국 고령자가 사회적으로 짐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십 년간 지식과 경험을 쌓아간다는 사실이나, 세상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깊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저는 고령자의 구매 패턴, 의사결정 방식에서 고령자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영국에서 노인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단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현명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에요. 곧 요양원에 들어갈 사람이라는 뜻이죠.
이렇게 많은 삶의 경험이 축적된 사람들에게 ‘욕망’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디자인 에이지 인스티튜트가 말하는 욕망이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말해요.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내가 아직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들을 포함하는 개념이죠. 디자인 에이지 인스티튜트에 합류하기 전에 치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6년 동안 디자인 디렉터로 있었어요. 그곳에서 일하면서 누군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걸 반드시 원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어떤 물건이든 삶에 기쁨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고통과 불편 속에서 하루하루 연명하며 버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일어나 목적 의식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에요. 영국 정부는 최근 고령화 정책 목표를 ‘5년 더 건강한 삶’으로 세웠어요. 디자인 에이지 인스티튜트도 이러한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고요. 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없다면, 오래 사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겠죠.
고령자의 삶에 행복을 더하려면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행복을 주는 디자인이 곧 유용한 디자인이에요. 나이를 먹으면 행복할 일들이 점점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저는 지팡이든 보행기든, 그것이 삶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기여해야 하고, 사용하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고 보거든요. 젊을 때는 누구나 삶에 기쁨을 주는 물건,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죠. 나의 일상은 나에게 행복을 주는 물건으로 가득해야 합니다.
ⓒDesign Age Institute
고통과 불편 속에서 하루하루 연명하며 버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일어나 목적 의식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에요.
콜럼 로우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5호 <시니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