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나의 일상


이동현 공기업 근무, 시각장애


인터뷰 김병수, 오세영

사진 영상 김은혜






어렸을 때부터 눈이 나빠서 교실 앞자리에 앉았어요. 그때 당시엔 제가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서 게임 때문에 눈이 나빠지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라식으로 나중에 시력을 복구할 수 있겠지' 하고 별생각 없이 방치했죠. 그런데 제 시력은 계속 나빠졌고, 교과서 글씨도 점점 읽기 힘들어졌어요. 고 2 때 눈 검사를 받고 나서 그제야 제가 망막 색소 변성증(Retinitis Pigmentosa)이라는 병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각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RP라고 하는데요. 유전성 질환이고 진행성인 병이에요. 결국엔 시력을 완전히 잃게 돼요. 저는 주변 저시력들 사이에서도 좀 안 보이는 측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보이는 거 자체는 형태 위주로 보여요. 지금 두 분이 제 앞에 앉으셨는데, 제 눈에는 약간 달걀처럼 보여요 (웃음).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나의 일상


코로나로 인해 집콕생활이 늘어난 이동현님의 웹 서핑 모습

 ⓒ missionit


코로나 이전, 이후로 일상생활이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궁금해요.

우선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게 가장 커요. 저는 공기업에서 사무 보조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가 심해져서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생활 반경이 주로 집, 병원 정도예요.


코로나 이후로 집에서 하시는 활동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실내에서만 갇혀있다보니 운동을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많이 알아봤었어요. PT는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가격 부담이 있고, 헬스장까지 가는데 거리도 조금 있거든요. 그래서 코로나 이후로는 주로 유튜브를 찾아서 스쿼트, 푸시업, 덤벨 같은 간단한 운동을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유튜브에서 설명해 주는 내용은 제대로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아요. 왜냐하면 운동 유투버들은 '이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세요. 그리고 '여기 보시면, 저기 보시면' 처럼 대명사로 지칭할 때가 많아요. 저는 잘 안 보이니까 영상을 틀었을 때 '이분이 뭘 가리키는 거지? 어디를 보라는 거지?' 이런 생각이 계속 들어요. 영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운동할 때 정확한 자세가 안 나오더라고요. 문제는 이렇게 운동을 잘못 따라 하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파요. 점점하다 운동을 보면 '어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죠. 제 생각엔 시각 장애인이 운동을 제대로 배우려면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 옆에서 정확히 가르쳐 주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운동 효과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거든요. 옆에 트레이너가 있으면 계속 의욕도 생기고요. 그래서 조만간 복지관에서 제공해 주는 홈 PT를 수강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홈 PT를 받으려면 집에 덤벨도 있어야 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래도 한정이 돼요. 그래서 주변에 운동 좋아하는 친구들은 집에 턱걸이 같은 용품을 구매해놓더라고요. 저는 집에 요가 매트랑 덤벨밖에 없지만 다른 용품들을 더 사다 놓으면 홈 PT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다양해지니까 좋을 것 같아요.


TV도 굉장히 큰 걸 가지고 계시는데 TV 시청이나 유투브 등 영상 시청도 많이 늘어나셨겠어요.

네 물론이에요. 집에서 유투브나 티비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유투브 영상에 화면 해설이 없다 보니, 시각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될수록 저는 내용 이해가 잘되지 않아요. 예를 들면, 눈빛으로 개그를 하는 사람이 있는 장면이 있다고 하면, 전 '무슨 장면이지?' 하고 궁금해져요. 그래서 저는 유투브를 볼 때 주로 나레이션을 해 주는 컨텐츠 위주로 봐요. 제가 좋아하는 대표적인 유투버는 '정리전문'인데요. 정리정문은 영상을 삽입할 때 유투버가 말로 다 읽어줘서 제 입장에서 정말 편해요. 비슷한 컨텐츠를 다루는 다른 유투버들은 댓글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냥 화면에 띄우기만 하거든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영상마다 일일이 화면 해설을 해준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화면 해설을 하는 경우엔 비장애인 입장에서 때론 재미가 반감될 때도 있고, 크리에이터가 시각만을 이용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웃음 포인트라는 게 충분히 있기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모든 화면에 말로 화면 해설을 해줘야 한다?'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제가 특정 채널에 그런 걸 요구하지도 않고요. 다만 제 입장에서 그런 영상물이 있다면 너무 편하고 좋은거죠. 넓은 마을(시각장애인이 주로 사용하는 웹사이트) 같은 곳을 보면 화면 해설사라고 해서 유투브 화면 해설을 직접 해설해 주시는 분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전맹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특히 더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사하신 지 얼마 안되셔서 인테리어에 부쩍 관심이 늘어나셨다면서요?

집에서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집을 잘 꾸미고 싶어요.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 때 '되게 잘해놨다' 하는 소리가 듣고 싶어요(웃음). 그런데 인테리어를 하려고 해도 저는 시력이 안 좋으니까 줄자로 간단한 치수 재는 것도 정말 어려워요. 이런 걸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엔 인테리어를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이용할 것 같아요. 제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집에 필요한 게 많아요. 그런데 가구 하나를 산다고 해도 당장 치수를 재고 최대한 공간에 맞는 것을 사야 하는데, 저는 줄자가 있어도 눈금을 잘 보지 못하니 어렵죠. 지금도 커튼이 하나 필요한데, 커튼 하나 다는 데도 돈이 많이 들잖아요. 한 번 살 때 잘 못 사면 안 되니까 그런 부분이 걱정돼요.


요새 집 안에 계시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주거 공간에서의 안전도 중요해졌는데요. 

집에 계셨을 때 위험했던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침수가 일어나서 감전에 위협을 느꼈던 일

네, 집에 있었을 때 굉장히 위험했던 순간이 한번 있었는데요. 하루는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물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깼어요. 알고 보니 제 침대 옆 천장에서 물이 막 떨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순간, 침대 가까이에 있던 멀티탭이 제일 걱정됐어요. 잘못 만지면 감전 될 수가 있을 것 같아서요. 부모님이랑 집주인한테 먼저 연락을 했는데, 당장 와서 도와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119에도 전화를 했어요. 전화를 받으시는 분께서 저보고 전기 차단기나 수도 계량기를 잠가놓으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시력이 좋지 않으니 그게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고, 어떻게 취급하는지도 몰라서 찾는 데 당황스러웠죠. 제 장애를 밝히고 도와주실 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119에서 직원분이 오셔서 전기도 차단하시고, 수도 계량기도 잠가주시고 조치를 취하신 다음에 가셨던 적이 있어요.


스테이크 연기를 구분하기 어려워서 불날 뻔 한 일

또 다른 에피소드는 친구랑 스테이크를 해먹으려다가 연기가 났었을 때의 이야기인데요. 하루는 친구가 제 집에 놀러 와서 둘이 같이 스테이크를 해먹기로 했어요. 그 친구는 앞이 보이는 친구였는데, 스테이크를 한창 만들다가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저보고 2분 후에 불을 끄라는 말을 하더니 자리를 잠깐 비웠어요. 2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가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갑자기 "야 연기가 이렇게 뿌연데 뭐 했냐?" 하는 거예요. 연기가 집안에 가득 찼었는데 저는 연기가 보이지 않았던 거죠. 코가 막혔어서 탄내도 잘 못 맡았더니 더 몰랐던 것 같아요. 그날 스테이크를 굽다가 크게 화재로 번질 위험은 없었지만, 혹여나 나중에 불이 나서 연기가 많이 나도 저는 잘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런 부분이 좀 위험한 것 같아요. 당시 제가 살던 곳은 연기를 감지하는 센서가 없었어요. 그래서 든 생각이 알람 같은 게 있으면 확실히 편할 것 같더라고요. 연기나 화재를 알려주는 센서요. 아무래도 시각 장애인은 소리에 의지를 많이 하니까요. 알람이 있으면 무슨 일인지 빨리 캐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 저시력자로서 특별히 실외에서의 장벽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코로나 검사 시 장애인 콜택시 이용을 할 수 없다는 점

평소에 장애인 콜택시를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갈 때는 이용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불편했어요. 최근에 제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을 때 동묘 앞 쪽에 선별 진료소가 있다고 안내를 받았죠. 그래서 집부터 동묘 앞까지 걸어서 선별 진료소가 어디 있는지 계속 찾았는데, 결국엔 못 찾았어요. 그래서 다른 선별진료소가 있는 종로구 보건소까지 가기위해 시각장애인 복지콜 예약 전화를 하니까 기사님께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갈 때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일단 '기사님의 안전도 생각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에 전화를 끊긴 했지만 '그럼 검사는 어떻게 받으러 가지?'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죠. 다른 대중교통도 여러 가지 있지만 저는 버스 탑승은 불편해서 평소에 잘 안 하는 편이에요. 한꺼번에 여러 버스가 오는데, 번호가 잘 보이지 않아서 그중에서 알맞은 버스를 제대로 골라서 타기가 어렵거든요. 그리고 제 성격상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모르는 사람들한테 매번 "몇 번 버스 들어오면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하기도 어렵고요. 그래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119에 전화하거나 보건소에 직접 전화를 하면 시각장애인이 검사를 받을 때 지원 차량을 보내준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이용해 보지는 못했지만요.


수기로 음식점 명부 작성하기의 어려움

그리고 항상 가던 음식점에서 조금 당황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요즘에는 음식점에 가면 QR 체크인이나, 체온 측정 등을 하잖아요? 제가 주로 가던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하루는 코로나 때문에 들어가기 전에 종이에 이름이랑 연락처를 수기로 작성하셔야 한다고 직원분이 저한테 펜을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명부가 잘 안 보이니까 순간 멈칫했어요. 저는 이 음식점에 자주 가긴 하지만 제가 저시력이라는 걸 밝힌 적이 없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그때 제가 저시력자라고 장애가 있다고 처음으로 알려드렸어요. 그래서 직원분이 제가 부르는 대로 명부를 작성해 주셨죠. 저 같은 경우는 카카오톡 QR코드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해요. 간단하게 누르기만 하면 되거든요.


코로나가 끝나면 어떤 걸 해보고 싶으신가요?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공연도 보고 싶고, 영화관도 가서 영화 보고 싶고 그런 것들이요. 그리고 이건 코로나가 끝나도 조금 어려울 것 같긴 한데, 저는 여행을 많이 가고 싶어요.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저시력자 입장에서 여행을 가는 데는 여러 제약이 많아요. 국내 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마찬가지죠. 그래도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야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코로나가 얼른 끝났으면 좋겠죠.



이동현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1호 < 이동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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