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은 시혜자이고 
방문자는 수혜자라는 관점을 넘어


줄리아 코트 Julia Cort

Community Engagement Manager


인터뷰 박윤주

사진 호니먼 뮤지엄 앤 가든스



ⓒ호니먼 뮤지엄 앤 가든스


지역주민들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접근성을 갖춘 뮤지엄으로 

 

호니먼 뮤지엄이 생소한 분들에게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박물관은 인류학 유물과 자연사 유물을 포함한 다양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어요. 16 에이커 규모의 정원이 있고, 아쿠아리움, 동물농장, 나비 정원도 있죠. 국내에서 인정받는 수준의 컬렉션을 가지고 있지만, 영국의 다른 국립 박물관들이 모여있는 런던의 중심에서 떨어져 있어 여행자들이 자주 방문하지는 않아요. 그보단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뒷마당을 드나들듯 가족 단위로 자주 방문하는 곳이죠. 어떤 분들은 일주일에 3번 이상 오기도 해요. 어릴 때 박물관에 놀러 오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다시 찾아오는 분도 계시고요. 5살 이하의 어린이들이 박물관의 주요 손님입니다. 


호니먼 뮤지엄이 있는 포레스트 힐 Forest Hill은 런던의 남동쪽에 위치한 지방으로 다양성이 담겨있는 곳이에요. 하지만 호니먼의 방문자들은 실제 지역 거주민들의 인구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었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어요. 닿기 힘든 지역주민(Hard to Reach Community)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사실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지역주민들은 ‘닿기 힘든 사람’이 아니에요. 박물관이 ‘닿기 힘든 시설’이었던 거예요. 사람들이 박물관에 방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박물관 내부에 있다고 생각해요. 호니먼은 다양한 지역주민과 함께 박물관을 더 흥미롭고, 접근성이 높은 공간으로 만들려고 힘쓰고 있어요. 저의 커리어도 이런 박물관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고요.




모두가 창작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간


‘모든 이야기에 담겨있다 Always Part of the Story’ 전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류학 갤러리인 월드 갤러리 World Gallery를 재건하면서 시작한 전시입니다. 이 갤러리는 ‘다양한 세계 문화와의 만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특정 그룹의 특정 이야기가 큐레이팅 되어있는 거죠. 갤러리 말미에는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박물관이 특정 물건을 이용해 특정 이야기를 전달했듯이 누구나 나만의 물건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전달해 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창작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죠. 박물관은 변하지 않는 사실을 담는 곳이 아니라, 스토리가 창조되는 곳이라는 사실과 함께요. 


호니먼은 이제까지 박물관과 함께 일해온 접근성 자문단 Access Advisory에게 공동 큐레이션을 부탁했어요. 이 전시만큼 공동 큐레이션을 밀도 있게 진행한 적도 없었죠. 특히 상설전시 공간에서 외부인에게 이 정도로 권한을 많이 준 적은 없었어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죠. 접근성 자문단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계속해서 말해 주었기 때문에 전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 이때의 경험이 이후 지역주민과의 다른 공동 큐레이션 작업 방식을 결정할 때 큰 도움이 되었죠.


ⓒ호니먼 뮤지엄 앤 가든스


접근성 자문단이 큰 역할을 했네요. 단원분들은 어떻게 만났고, 이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조금 더 듣고 싶어요. 

박물관의 접근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어요. 이를 위해 자문단이 필요했는데 지역 주민이면서 장애를 갖고 살아온 분들이 적임자라고 생각했어요. 호니먼은 매우 오래된 박물관이라 지역 주민과 연결고리가 있는데 이분들께 먼저 초대장을 보냈어요. ‘지역 주민’, ‘장애 경험 여부’, ‘참여 의지’ 세 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는데, 자문단 내에서의 다양성도 중요했기에 장애 유형과 사회적 배경을 최대한 다양하게 반영했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님도 단원으로 선발했습니다. 아이들이 박물관의 주 방문객이기 때문에 아이 부모의 관점도 꼭 필요했거든요. 12명의 단원이 활동했는데, 활동을 그만둔 단원이 있어서 현재 추가 모집 중입니다. 지금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분을 찾고 있어요.




몇 명이 오는가보다 누가 오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공간으로


포용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중요 가치로 삼고, 이를 실질적인 노력으로 이어가는 호니먼의 작업이 인상 깊습니다. 

박물관 초기부터 이런 가치관을 기조로 삼고 있었던 건가요? 

애초에 이런 정신이 있기는 했었죠. 빅토리아 시대의 차 무역상이라는 상당히 제국주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만든 박물관이기는 하지만요 (웃음). 박물관을 설립한 호니먼가의 프레데릭 호니만 Frederick Horniman은 무역상이었고, 다양한 문화와 장소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포레스트 힐의 마을 주민들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그는 세계 각국에서 모아온 일상용품을 모아 자신의 집에 전시해 두고 이를 주민들이 볼 수 있게 했어요. 후에 지금의 박물관을 지어 런던 시민들이 무료로 찾아올 수 있게 했고요. ‘모두를 위하여’, ‘배움을 위하여’, ‘즐거움을 위하여’라는 정신은 초기부터 있었던 거죠.1960년대부터 호니먼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전시품을 공개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박물관이 민주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박물관에서 무엇을 만지려면 어떤 대단한 사람이어야 했고, 특별 예약 후에 흰 장갑을 끼고 작품을 만지는 것과 같은 절차가 필요했거든요. 호니먼은 촉각으로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이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2020년 록다운도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였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방문객 수를 늘리는 식으로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라는 질문을 한 해였죠. 이때 박물관의 CEO가 ‘몇 명이 오느냐’보다 ‘누가 오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박물관을 재정비하자고 말해주었습니다. ‘우리들은 호니먼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사람들은 호니먼에서 무엇을 안고 돌아가는가?’, ‘호니먼은 어떤 박물관이어야 하는가?’, ‘박물관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등의 어젠다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해였죠. 록다운 기간에 개인 정원을 가지지 않은 방문객들이 호니먼을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기도 했어요. 제가 속한 커뮤니티 참여팀이야 항상 이런 쪽으로 힘을 써왔지만, 박물관 전체가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호니먼 뮤지엄 앤 가든스




뮤지엄은 시혜자이고 

방문자는 수혜자라는 관점을 넘어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뮤지엄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뮤지엄은 사회에서 특정한 지위를 가지고 있어요. 어떤 권위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공간인 거죠. 이 지위가 늘 긍정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요. 이전부터 뮤지엄은 특정 관점에서의 특정 이야기만을 전달해 왔어요. 자연스레 이러한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이 뮤지엄을 찾게 되었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지 않았고요. 어떤 이는 환영하고, 어떤 이는 배제하는 공간이었던 거예요. 어쩌면 이것이 뮤지엄 출입구 경사로보다도 더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애초에 이곳에 오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경사로를 이용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뮤지엄은 전문 교육기관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보통 휴식을 위해서 뮤지엄을 찾죠. 그렇기에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뮤지엄이 가졌던 역할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진짜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죠. 영국에서는 ‘뮤지엄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있어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중립적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지금까지 영국의 뮤지엄이 달고 있는 꼬리표는 중립성과 거리가 멀어요. 대화의 스크립트는 이미 짜여있고, 관점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었어요. 


‘박물관이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 박물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박물관의 상징성은 누가 만들어내는지, 그런 상징이 필요하기는 한 것인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런 변화는 뮤지엄 내부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이 분야에서 거의 20년을 일했지만, 기획 전시 프로젝트 하나가 뮤지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협력을 통한 공동 작업이 필요해요. 뮤지엄은 시혜자이고 방문자는 수혜자라는 관점을 넘어, 외부인에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줄리아 코트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3호 <놀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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