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탐색하는 다채로운 방법


아난드 소네차 Anand Sonecha

씨랩SEAlab 대표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SEAlab



인도 간디나가르Gandhinagar 지역의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설계 프로젝트는 아난드 소네차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계기였다. 2014년 설계 의뢰를 받은 뒤 그는 미국의 시각장애인 학교의 문을 두드려 5개월간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장애인 학생뿐 아니라 여러 이해 관계자의 목소리를 수집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 등 다른 감각으로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




아난드 소네차 ⓒSEAlab


간디나가르 지역의 시각장애인 학교 설립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 마나브 사드하나Manav Sadhana 라는 NGO의 의뢰를 받고 시작됐습니다. 외딴 마을에 살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의 기회가 없는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자는 취지였죠. 사실 담당 건축가로 임명됐을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어요. 특정 장애가 있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그런 공간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굉장한 도전이었습니다. 


첫 단추가 참 중요했을 텐데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떤 것인가요?

우선 학교에서 지내면서 학생들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시각장애 아이들이 공간을 탐색하는 방식이 제 예상과는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아이들이 헤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직접 보니 이곳저곳을 정말 자유롭게 누비고 있더군요. 머릿속에 일종의 지도를 그린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각 장소의 랜드마크나 특징을 기억해서 공간을 구분하는 거죠. 랜드마크라고 하면 꼭 물체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아이들은 각 공간만의 울림, 냄새, 질감 등의 특징을 다양하게 활용하더군요. 

눈으로만 공간을 이해하는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는 요소들이었죠. 


 ⓒSEAlab


시각장애 아이들은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손을 잡고 2, 3명씩 함께 이동한다. 


저시력 시각장애 아이들을 선두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모든 통로를 넓게 디자인했다. 




복도의 높이와 너비를 교실과 다르게 해서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시각장애 학생들은 꼭 2, 3명씩 함께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정말 흥미로웠죠. 저시력 시각장애 학생이 가이드가 되어 앞장서요. 그럼 그 뒤에 전맹 시각장애 학생이 서서 가이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이동하는 거죠. 두 명씩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걷기도 했어요. 휠체어로 이동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디자인해야 했죠. 건축 비율상으로 입구의 너비와 높이가 각각 3.6 미터가 되는 게 이상적이었어요. 미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비율이기도 했고요. 복도의 너비를 정할 때 공간의 울림도 고려했습니다. 너비와 높이가 각각 3.6 미터인 공간에서는 엄청난 울림이 생깁니다. 메아리와 같죠. 반면 높이 2.1 미터 공간에서 대화할 때는 또 달라요. 아주 아늑한 공간이 되죠. 건축 비율은 여러가지 차원에서 고민했어요.


학교 벽에 총 여섯 가지의 질감을 사용하셨는데요. 이렇게 구분한 이유가 있었나요?

먼저 학교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을 구분했어요. 건물 내부 복도는 세 가지 텍스처로 나눠져 있어요. 학교 한가운데에 코트야드가 있어서 코트야드 쪽 복도인지, 교실 쪽 복도인지 구분해야 했거든요. 코트야드와 연결되는 왼쪽 짧은 복도는 세로로 긴 선형 텍스처를 사용한 반면 교실이 있는 복도는 벽이 매끈합니다. 그래서 매끄러운 벽을 따라가면 교실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죠. 학교 중간에 있는 코트야드로 나오면 벽에 반원 모양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이곳은 실외 공간이지만 아직 학교 캠퍼스 안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한편, 외부로 연결된 학교 외벽은 모두 작은 모래 알갱이 같은 질감을 사용해 실내 공간과 구분했어요


벽의 표면을 만져보고 촉감의 차이로 방향을 찾는 방식이 정말 인상적인데요.

이 모든 과정은 정말 흥미로웠어요. 처음에는 질감이 서로 다르기만 하면 될 줄 알았죠. 그런데 실제 샘플로 아이들과 테스트해보니 질감을 더 확실하게 구분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차이를 느끼지 못하더군요. 표면의 결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입자 간의 간격을 더 늘렸어요. 예를 들어 가로 방향 패턴은 패턴 간 선 간격을 더 멀리 떨어뜨리거나, 세로 방향 패턴은 간격을 더 좁히는 식으로요. 그리고 입자의 크기를 조절하기도 했어요. 최종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텍스처를 찾았죠. 우리와 함께 일한 건설업자가 정말 인내심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어요. 아이들 마음에 들 때까지 샘플을 계속 수정했거든요. 직접 테스트하지 않으면 의도한 효과가 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석고로 입자를 만들어준 분도 정말 숙련된 공예가였죠. 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시각장애 학생들만 구분할 수 있는 미세한 차이가 제대로 잡힐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작업해야 했죠. 


ⓒSEAlab




저는 시각장애 아이들이 헤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직접 가보니 이곳저곳 정말 자유롭게 누비고 있더군요. 

시각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공간을 탐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각 공간의 소리, 질감, 냄새 등을 기억했어요. 

눈으로만 공간을 이해하는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는 요소들이었죠.



아난드 소네차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4호 <안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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