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인 의지를 실현하는 것이 곧 행복한 삶


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


인터뷰 미션잇 편집부

사진 김기태



‘시장에 간다. 사고 싶은 물건을 산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의 홈페이지 문구에는 애틋함과 절박함이 서려있다. 윤두선 대표는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20년 전 어느 날, 보호자가 세상을 떠난다면 자신 역시 결국 누워서 천장만 쳐다보고 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자립 생활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갖게 됐다. 이후 지인들과 함께 설립한 중증장애인 독립생활연대는 지난 20년간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존중은 무엇일까? 바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이라 말한다.



윤두선 ⓒmissionit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홈페이지에 ‘시장에 간다. 사고싶은 물건을 산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중증장애인들은 자기가 사고 싶은 것도 직접 못 사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젊은 장애인이 있었는데 항상 나이 든 분들이 입는 옷을 입고 다녔거든요. 왜 그런가 했더니 할머니가 늘 옷을 사다 주시는 거예요. 혼자 못 나가니까요. 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고 그냥 주는 대로 살 수밖에 없었던 거죠. 어린아이들도 부모가 밥을 먹여주려고 하면 자기가 숟가락으로 직접 하겠다며 흘리면서도 먹잖아요. 자율적인 의지는 사람의 본성이에요. 그런데 중증장애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자유가 박탈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내가 뭐라도 혼자 할 수 있다는 게 그 사람으로서는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하다못해 물건 하나도 혼자 못 사는 삶을 살았으니까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0년도에 장애인 9명이 모여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를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정부 복지라는 게 거의 없을 때였죠.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몰랐는데 부모님이 곧 돌아가실 나이가 되니까 결국 시설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누가 시설에 가고 싶겠어요? 시설에 가서 그냥 밥 먹고 하늘 쳐다보면서 살고 싶지 않잖아요.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이 단체를 만들게 됐죠. 그때 마침 미국 독립생활 사례를 접했어요. 중증장애인이 상주하는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서 살 수 있는 주거시설이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나라에도 자립생활이라는 개념이 일본으로부터 들어왔어요. 일본은 미국을 통해 이 개념을 접했고요. 일본에서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위해 목소리를 점점 높이는 걸 보고 우리도 따라 해보자고 했죠.  


ⓒmissionit




장애인의 독립생활에 필요한 요건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디지털 기기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기기 덕분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요. 혼자 집에 있을 때 게임을 하면 시간 보내기도 좋죠. 케이블 TV 프로그램도 정말 다양해졌어요. AI 스피커로 말을 하면 불도 자동으로 꺼지고요. 기능을 잘 활용해서 재밌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아요. 내가 직접 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죠.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내가 할 수 있는데 안 하면 몰라도 정말 할 수 없어서 못 하면 그건 패배감을 줄 수밖에 없어요. 여행도 장애가 있어서 못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장애인들은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난 그것도 못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요. 물론 우리나라에는 활동지원사 제도가 있지만 너무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디지털 기기가 좋아요. 우리 집에서는 앱으로 커튼을 자동으로 칠 수 있고, 방의 불도 켜고 끌 수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밤에 혼자 커튼을 못 치니까 아내나 아들한테 해달라고 했거든요. 


디지털 기술을 낯설게 여기거나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분도 많을 텐데요. 

나이가 들면서 디지털 기술을 새로 배우는 게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려움도 생기고요. ‘이거 잘못하면 어떡하지?’, ‘주문 버튼 잘못 눌렀다가 갑자기 음식이 100개 나오는 거 아니야?’ 등등 별의별 생각이 들다가 결국 두려우니까 안 하려고 해요. 하지만 살려면 해야죠. 밥을 먹으려면 숟가락을 들어야 하듯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내가 알고 있어야 하죠. 생존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에요. 배우지 않으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거든요.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없다면 삶이 피폐해지고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나이가 들어도 배울 건 배워야 해요. 장애인이라고 예외는 없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군요. 

맞아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요즘 엑셀과 원 드라이브를 배우고 있는데 사실 힘들어요. 하지만 이걸 배우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죠. 그럼 그냥 가만히 밥만 먹고 살아야 해요. 숙명론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21세기에 태어났고, 이 시대가 줄 수 있는 풍요로운 혜택을 누리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믿어요.




고령장애인도 소통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심리적 외로움과 박탈감에서 벗어나는 것은 대화예요.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중요한 이유죠.



윤두선 님의 인터뷰 전문은 MSV 소셜임팩트 시리즈 5호 <시니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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